2017년 2월 14일 화요일

액셀러레이터는 스타트업 '가속 페달'...올해 계획은?

자동차 가속 페달을 의미하는 ‘액셀러레이터(accelerator)’. 창업계에서는 초기 스타트업이 고속으로 성장할 수 있게 돕고 투자도 하는 기업을 “액셀러레이터”라고 한다. 프라이머, 매쉬업엔젤스, 퓨처플레이, 더벤처스 등이 대표적이다. 액셀러레이터 대표들이 모처럼 한 자리에 모였다. 은행권청년창업재단 디캠프(D,CAMP) 주최로 9일 열린 ‘디파티, 비정상회담’에서 스타트업 보육⋅투자 현황과 올해 계획에 관해 얘기했다. 발언 내용을 간추린다.


토론 주제: 주요 액셀러레이터 현황과 계획
사회: 김광현 디캠프 센터장
패널: 류중희 퓨처플레이 대표 (가나다 순)
       이정훈 프라이머 대표
       이택경 매쉬업엔젤스 대표
       한상엽 SOPOONG(소풍) 대표
       호창성 더벤처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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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우리 창업계에서 액셀러레이터가 활동하기 시작한지 오래 되지 않아 창업자들도 액셀러레이터가 무엇을 하는 곳인지 잘 알지 못하는 것 같다. 어떤 일을 하고 있는가? 스타트업들을 어떻게 키우고 있는가? 차별점은 뭔가? 돌아가며 얘기해주길 바란다.


프라이머 이정훈 팀장 : 프라이머는 초기 스타트업에 투자하고 멘토링 하는 액셀러레이터다. 성공한 창업자들이 후배 창업자들의 성공을 돕는다는 미션으로 2010년부터 활동하고 있다. 핵심 역량은 선배 창업가인 파트너들의 멘토링에 있다. 매주 1회 전담 멘토와 만나 사업 방향에 관해 논의하고 사업의 본질에 집중할 수 있게 도와준다. 2015년부터는 한 기수당 20개 팀(누적 105개 팀), 1년에 40개 팀에 투자하면서 기수 내부의 peer-group learning (동료학습)을 최대한 활용하고 있다. 기수 내부에서 잘하는 개발자, 잘하는 마케터가 다른 팀에게 자신의 경험과 지식을 공유하게 해 전체 수준을 끌어올린다.


퓨처플레이 류중희 대표: 퓨처플레이는 국내 최초의 기술 액셀러레이터로 기술 스타트업에만 투자한다. 3년 됐다. 세 가지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테크업, 테크시드, 테크넥스트다. 테크업은 1년에 5개 회사만 골라 액셀러레이팅 하는 프로그램이다. 한 명, 두 명, 세 명 단계가 대상이다. 법인 설립부터 도와준다. 테크시드는 1억원 내외를 투자하는 엔젤 라운드이고, 테크넥스트는 마이크로VC 프로그램으로 3억원 내지 5억원을 투자한다. 프리-시리즈A 단계다. 테크업에서 시작해 테크넥스트까지 가는 경우도 있다. 최근 아모레퍼시픽과 함께 테크업플러스를 시작했다. 공동 액셀러레이팅 프로그램이다. 5개 회사를 뽑는데 110개 회사가 지원했다. 뷰티⋅테크 회사가 이렇게 많이 지원할 줄 몰랐다.


매쉬업엔젤스 이택경 대표: 분야는 프라이머와 비슷하다. 정보통신기술(ICT) 쪽이다. 프로그램을 4개 정도 운영한다. 쫄지마창업스쿨을 통해 기초적인 창업 교육을 하고 있다. 정기적으로 세미나를 열어 매시업 팀들한테 필요한 것을 알려준다. 매시업 워크숍도 있다. 매시업 파트너들이 일일이 챙기는 데는 한계가 있고, 최신 트렌드는 포트폴리오 팀들이 많이 알고 있어서 다같이 개방하고 친목을 도모하게 한다. 이밖에 담당 파트너와 팀장이 밀착해서 팀들을 도와준다. 장인이 수작업으로 물건을 만들 듯 한땀한땀 밀착관리를 한다. 안될 사업까지 성공시켜주는 것은 아니다. 성공 가능성이 있는 팀인데 난관에 부딪쳐 있을 때 넘을 수 있게 돕는다. 작년까지 세 차례 기수를 통해 50여개 팀에 투자했다.


더벤처스 호창성 대표: 더벤처스는 크게 두 가지 일을 한다. 투자와 컴퍼니빌딩이다. 두 가지 일이 명확히 나뉘는 것은 아니다. 얼리 스테이지 스타트업에 관여하는 것을 투자라고 하고, 초기라고 보기 힘든, 극초기, 또는 회사가 아예 없는 단계에서 우리랑 아이디어를 함께 만들어 가는 것을 컴퍼니빌딩이라고 한다. 얼리 스테이지도 다양하다. 회사가 없는 단계부터 어느 정도 매출을 내는 단계까지… 손이 많이 가는 하이터치 모델을 하고 있다. 우리한테는 스타트업과의 공감이 중요하다. 우리 스탭들이 사업을 같이 한다는 생각으로 회사가 잘 되게 돕는다. 정신적 동반자 관계를 추구한다. 그렇다 보니 많은 분들이 졸업하지 않으려 하고, 관계를 오래 가져가려 한다. 그동안 30개 이상 투자했다. 이 가운데 70% 정도가 후속투자를 받았거나 손익분기점을 넘겼다. 아직은 성공했다 실패했다 단정하긴 어렵지만 3년밖에 안됐다. 더 성장하면서 스타트업 생태계에 기여하려고 한다.


SOPOONG 한상엽 대표: 정식 명칭은 SOPOONG이다. 편하게 “소풍"이라고 불러도 괜찮다. 국내 최초의 소셜벤처 인큐베이터이다. 국내에는 하나밖에 없다. 사회문제 해결에 집중하는 소셜벤처에만 투자한다. 여기서 ‘소셜'은 ‘소셜 프로블럼’(사회문제)의 소셜이다. 사회의 구조적인 문제를 사업으로 해결하려는 기업에 투자한다. 지금까지 23개 회사에 투자했다. 나도 창업자였고 SOPOONG으로부터 투자를 받았는데 지금은 SOPOONG에서 일하고 있다. 초창기 실적이 좋았다. 소카 초기에 투자도 했다. 소셜벤처, 익숙치 않을 텐데, 소셜벤처 시대가 올 거라고 본다. 사회문제에 포커싱 할 때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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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지금까지 어떤 액셀러레이터인지, 어떤 점에서 다른지 얘기했다. 이제는 올해는 어떤 점에 치중하려 하는지, 왜 그렇게 하려 하는지, 특별히 관심 갖는 분야가 있는지, 어떤 스타트이 지원하길 원하는지 등에 관해 얘기를 듣고 싶다. 이택경 대표님부터.


매쉬업엔젤스 이택경 대표: 올해는 작년과 비슷할 것 같다. 그동안 쫄지마창업스쿨 외에는 공개행사가 없었다. 지난해 시험적으로 매시업 서비스를 만들어 운영했다. 정보를 교환하는 미니 컨퍼런스다. 특별히 관심 갖는 분야는 없지만, 커머스 팀이랄지, 기술이 특화된 팀이랄지, 동남아 등 해외로 나가려 하는 팀, 처음부터 해외진출을 염두에 두고 있는 팀, B2B 쪽으로 시도하는 팀 등에 좀더 관심을 갖고 있다. 지원서를 보면 똑같은 아이템이 너무 많다. 속된 말로 쌈빡하게 문제를 풀수 있는 팀이 지원해주면 좋겠다.


퓨처플레이 류중희 대표: 아모레퍼시픽과 함께 하는 테크업플러스 프로그램에 대한 반응이 너무 좋다. 좋은 기업을 뽑지 못하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퓨처플레이 혼자서는 찾지 못했던 기업, 아모레 혼자서는 찾지 못했던 기업이 둘이 힘을 합치니까 나왔다. 아모레의 브랜드, 퓨처플레이의 전문성, 이 둘 모두를 보고 선택했다고 생각한다. 많은 CVC(기업벤처캐피털)이 생겼고 액셀러레이터가 생겼지만 대기업과 스타트업은 좀더 가까워져야 한다. 적이 아니다. 스타트업 입장에서 대기업은 활용해야 할 대상이다. 올해 테크업플러스를 아모레를 포함해 3개쯤 하려고 한다. 훌륭한 기업이 훌륭한 테마로 같이 액셀러레이팅 해 보자고 제안해와서 준비하고 있다. 대기업과의 코액셀러레이팅, 한국에서는 처음 시도하고 있다. 인공지능(AI) 전문 액셀러레이팅 프로그램 같은 것도 해 보려고 한다.


모든 사람이 다 아는 단어가 테마인 회사에는 투자하지 않으려고 한다. 우리는 3년 전 인공지능(AI) 스타트업에 열심히 투자했다. 지금은 누구나 AI를 말한다. 지금 창업하는 AI 회사가 좋은 회사일 가능성은 낮다. 아무도 얘기하지 않는, 희한한 것을 하는 팀을 좋아한다. 다른 투자자가 절대 투자 못할 것 같은 회사를 좋아한다. 돈 버는 감각까지 갖췄다면 더욱 좋다. 계속 방망이만 깎는 팀도 있다. 어느 팀은 직원이 3명인데 투자를 받고도 사람을 안 뽑고 개발만 한다. 다 됐는데 계속 방만이만 깎는다. "이제 팔면 되지 않냐"고 물으면 “아직 덜 됐다"고 한다. 이렇게 시간 끌다가 나중에 내놓으면 잘 팔리겠느냐. "이런 방망이 사고 싶지 않다"고 나오지 않겠느냐. 스타트업은 시장과 빠르게 소통할 줄 알아야 한다.


프라이머 이정훈 팀장: 그동안 기수당 20개 팀을 선정해 투자했다. 올해는 기수당 15개 팀으로 줄이는 대신 투자금액 한도를 5천만원으로 늘리기로 했다. 또 다른 투자자한테 투자 받은 팀에도 투자하기로 했다. 올해는 좋은 팀들에 더 집중해서 투자한 팀들이 성장해 후속투자를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이다. 그동안 축적해온 교육 콘텐츠와 peer-group learning 등도 적극 활용해 프라이머 팀들의 학습효과도 키워나갈 계획이다. 특별히 관심 갖는 분야는 없다. 인사이트 있는 팀을 선호한다.


SOPOONG 한상엽 대표: 작년부터 배치 투자를 시작했다. 올해는 공격적으로 투자 하려고 한다. 사회문제가 심각해지고 있다. 정치 문제도 있고. 미국 남미 유럽에서는 정치 스타트업도 나오기 시작했다. 정치도 비즈니스 대상이 되고 있다. 사회문제로 인해 새로운 시장이 열린다는 것은 슬픈 일이지만 또다른 기회가 열린다고 생각한다. 요즘 SPOONG 투자를 받으려고 찾아오는 팀 중에는 일자리 문제를 해결하려는 팀, 육아문제, 출산문제를 해결하려는 팀, 고령화 문제 등을 해결하려는 팀이 많다. 관심 갖고 지켜보고 있다.


더벤처스 호창성 대표: 더벤처스는 '컴퍼니빌더'란 점에서 퓨처플레이와 비슷하다. 전략이나 치중하려는 분야에도 공통점이 있다. 우리도 창업 생태계 발전을 위해서는 대기업과 스타트업의 협력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중견기업도 여기에 포함된다. 우리도 생태계를 바꿔보기 위해 기획하고 있는 이니셔티브가 있다. 퓨처플레이는 "기술 기반 스타트업"을 키운다고 했는데 우리도 비슷하다. 색깔은 조금 다르다. 우리는 좀더 말랑말랑한 쪽에 투자했다. 올해는 푸드테크 분야에 관심을 갖고 있다. 작년부터 미공개 기업을 포함해 6개 기업에 투자했다. 특정 분야로 한정한다는 뜻은 아니다. 해외도 중시한다. 더벤처스는 지난해 베트남에 지사를 만들었고 인도에도 발을 들여놓았다. 지금은 시장을 탐색하는 단계인데 우리가 투자한 회사나 그밖의 회사가 해외로 나가는데 큰 도움을 주는 성공사례를 만들고 싶다. 동남아, 인도, 중국 등을 관심 있게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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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그동안 어떻게 해 왔고, 올해 어떻게 할 것인지 얘기해 주셨다. 몇 가지를 개별적으로 물어 보겠다. 창업 생태계가 최근 수년 사이에 많이 달라졌다. 이택경 대표는 7년 전 권도균 대표와 함께 프라이머를 시작했는데, 창업계가 어떻게 달라졌다고 보는가.


이택경 대표: 상당히 진화했다고 본다. 창업전선에 뛰어드는 전사를 보면 전에는 대학생이 많았다. 어느 순간 직장인들이 나오기 시작했고 그 다음에는 다음, 네이버 직원들도 나왔고, 삼성전자 LG전자 직원들도 참여하기 시작했고 컨설팅 회사 직원도 뛰어들었다. 다양한 백그라운드의 사람들이 창업전선에 뛰어들고 있다. 다양성 측면에서 좋다고 본다. 지원기관도 많이 생겨났고 투자자, 액셀러레이터도 생겨났고… 생태계가 많이 진화했다. 실리콘밸리와 비교하는 사람도 있지만 첫술에 배 부를 수는 없다. 시간이 지나면 더욱 진화할 거라고 본다. 미흡한 점도 있다. 첫째, 규제가 심하다. 지원사업 안 해도 좋으니 규제를 타파해주면 좋겠다. 약을 조금 덜 줘도 좋으니 병을 덜 줬으면 좋겠다. 둘째, 해외진출 측면에서 아직도 약하다. “국제화" “글로벌" 얘기하는데 동남아 국가들보다 덜 됐다.


사회: 호창성 대표는 하고 싶은 말이 많을 텐데…


호창성 대표: 창업을 활성화하는 일을 정부가 최대한 민간에 맡겨주는 방향으로 정책을 펼쳤으면 좋겠다. 이것도 하지 마라, 저것도 하지 마라. 하지 말라는 것은 하지 않고 하라는대로 했는 데도 나중에 보면 하지 말라는 것 같기도 하고 하라는 것 같기도 하고… 헷갈린다. 정권이 바뀌어도 스타트업 지원은 계속될 거라고 믿는다. 지원하는 방법이 달라졌으면 좋겠다. 이것 하면 안된다는 식으로 가지 말고 격려하는 방향으로 갔으면 한다. 스타트업이 하는 일을 대기업이 하는 것을 골목상권 침해라고 보는 시각도 바뀌었으면 좋겠다.


사회: 액셀러레이터법 논란이 뜨겁다. 뭐가 어떻게 달라지는지 궁금하다.


류중희 대표: 액셀러레이터법을 만들고 나면 뭔가 달라질 거라고 생각했는데 사실은 그렇지 않다. 이 법의 핵심은 두 가지, 세제 혜택을 주고 펀드를 만들 수 있게 해 준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세제혜택은 애매해졌고 펀드는 개인투자조합으로 돼 있어서 실효가 없다. 100억원짜리 펀드 만들 때 어떻게 개인 돈만으로 만들 수 있겠느냐. 기업 참여 비율을 높여달라고 요청하고 있다. 정부가 실체(entity)를 정의(define)하려고 하면 안된다. 벤처는 이런 조건 만족하면 벤처야, 벤처캐피털은 이런 조건 만족하면 벤처캐피털이야, 액셀러레이터? 그거 법 만들어 줄께. 이런 조건 만족하면 액셀러레이터야. 이런 식으로 하는 나라는 없다. 비정상의 정상화를 위해 한 목소리를 내야 때라고 생각한다. (끝)